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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사

"결혼식 사회는 그날을 끝까지 책임지는 일입니다"

10년차 결혼식 전문 사회자 한승민 아나운서

 

매주 누군가의 생애 가장 빛나는 순간을 문장으로 엮어내는 사람이 있다. 연간 260회, 10년간 무려 2,600여 쌍의 시작을 함께해온 한승민 아나운서는 이제 부울경 지역 예식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이 됐다. 부울경의 굵직한 방송과 의전 현장을 누비던 그가 가장 애착을 갖는 무대는 뜻밖에도 뉴스데스크도, 화려한 행사장도 아닌 신랑·신부의 떨리는 숨소리가 들리는 예식장이다. 안정적인 진행력에 따듯한 시선을 더해 '스토리 웨딩'이라는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그를 만나, 그가 10년째 마이크를 놓지 않는 이유를 물었다.


Q. 결혼식 사회를 맡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방송 일을 하며 수많은 공식 행사와 의전 무대에 섰지만, 결혼식만큼 감정의 밀도가 높은 자리는 드물다고 느꼈습니다. 누군가의 인생에서 단 하루, 단 한 번뿐인 순간을 말로 정리하고, 분위기로 지켜내는 일. 그 책임감이 오히려 이 일을 선택하게 만든 이유였습니다. 처음에는 ‘잘 진행하는 사회자’로 출발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의 이야기를 대신 전해주는 가장 신중한 전달자가 되고 싶어졌고, 그때부터 결혼식 사회는 제 일의 중심이 되었습니다.

 

Q. 아나운서 출신 사회자로서 일반 레크리에이션 강사나 개그맨 사회자와 차별화되는 본인만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는 가장 큰 차별점이 톤의 조절과 언어의 무게를 아는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식은 웃음만으로도, 감동만으로도 완성되지 않습니다. 어느 순간에는 말을 줄여야 하고, 어느 순간에는 한 문장이 식의 분위기를 잡아야 합니다. 그 판단은 경험에서 나옵니다. 방송과 의전 현장에서 쌓아온 호흡 덕분에 튀지 않으면서도 존재감이 분명한 진행, 흐름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식을 이끄는 역할이 가능합니다.

 

Q. 울산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울산 예식 문화만이 가진 특징이나 선호하는 진행 스타일이 따로 있을까요?

울산의 예식 문화는 형식과 진심 사이의 균형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지나치게 가볍지도, 과도하게 격식에 치우치지도 않는 진행을 선호하시죠. 그래서 울산 예식에서는 화려한 연출보다 사회자의 태도, 말의 깊이, 그리고 분위기를 읽는 감각이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이 지역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느낀 건, 울산의 신랑·신부님들은 보여주기보다 제대로 해주는 진행을 원하신다는 점입니다.

 

Q. 사회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소리의 톤’과 ‘언어 선택’의 철학이 궁금합니다.

저는 목소리를 기술이 아니라 책임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결혼식 사회자의 한 문장, 한 톤은 그날의 분위기와 기억을 좌우합니다. 축하의 순간에는 온기가 느껴지도록, 서약과 약속의 순간에는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그리고 신랑·신부의 이야기를 전할 때는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조심스럽게 다룹니다. 사회자의 말이 앞서면 주인공은 가려집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이 말이 정말 두 사람을 위한 말인가”를 먼저 생각합니다. 필요한 말만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것이 제가 생각하는 결혼식 언어의 기본입니다.

 

Q. 신랑·신부들이 미처 챙기지 못하지만, 사회자의 눈에는 보이는 ‘완벽한 예식을 위한 디테일’은 무엇인가요?

완벽한 예식은 연출보다 사람의 흐름에서 결정됩니다. 부모님의 걸음 속도, 신부가 숨을 고르는 순간, 신랑이 시선을 어디에 두는지까지 모두 예식의 일부입니다. 이 흐름을 놓치면 아무리 준비된 식순도 어색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단순히 멘트를 읽는 사회자가 아니라, 입장과 행진의 타이밍, BGM과 MR까지 포함해 예식 전체의 리듬을 함께 설계하는 역할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주례 없는 결혼식에서 지루하지 않으면서도 격식을 유지하는 노하우가 있다면요?

주례 없는 결혼식일수록 사회자의 역할은 더 무거워집니다. 말을 늘리는 대신 구조를 단단히 잡아야 하고,
감동을 강요하기보다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야 합니다. 이야기는 짧게, 메시지는 분명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신랑·신부의 언어로 말하는 것. 그 균형이 지루함을 막고, 동시에 예식의 품격을 지켜줍니다.

 

Q. 한승민 아나운서님에게 ‘결혼식 사회’란 어떤 의미인가요?

결혼식 사회는 누군가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하루를 안전하게 맡아주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 일을 단순한 진행이 아니라, 그날을 끝까지 책임지는 동행이라고 정의합니다. 실수 없이, 불안 없이, 오롯이 두 사람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제가 이 자리에 서는 이유입니다.

 

Q. 인생의 가장 소중한 날을 맡겨준 신랑·신부들에게 어떤 사회자로 기억되고 싶으신가요?

화려했던 사회자보다는 “그날 정말 편했다”, “우리를 잘 이해해줬다”는 말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결혼식이 끝난 뒤에도 그날의 분위기가 따뜻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면, 사회자로서 제 역할은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Q. 앞으로 울산 지역의 예식 문화를 위해 도전해보고 싶은 계획이 있다면요?

결혼식을 두 사람의 이야기가 오래도록 남는 자리로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고 싶습니다. 울산에서 시작한 ‘스토리 웨딩’이 하나의 기준이 되고, 사회자의 역할 역시 예식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전문 영역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현장에서 그 기준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