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 지방선거 당일, 선거관리위원회 실무진이 투표율 통계 시스템을 임의로 조작한 정황이 검경 합동수사본부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투표소별 투표자 수 집계에 오류가 생기자, 정식 보고와 결재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실무자 선에서 전산 수치를 임의로 손대 오차를 은폐했다는 것이다. 일부 투표소에서는 수백 명 단위의 실제 투표자를 수천 명으로 잘못 입력한 뒤, 초과분을 다른 투표소로 분산시키고 다음 시간대 수치를 실제보다 줄여 맞추는 방식까지 동원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 결과 특정 시간대 투표자 수가 열 명 미만으로 집계된 곳까지 있었다고 한다. 합수본은 이를 공무소 전자기록을 허위로 작성한 행위로 보고 공전자기록위작 혐의를 적용해 중앙선관위와 경기도선관위, 서울 송파·강남·서초구선관위 등을 압수수색했다.
선관위 실무진은 "최종 투표율에는 영향이 없었다"는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만 맞으면 과정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항변이야말로 이번 사태의 본질을 드러낸다. 선거관리기관에서 '숫자만 맞추면 된다'는 발상으로 공식 절차를 건너뛰고 통계를 임의 수정하는 관행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결과의 최종적 일치 여부와 무관하게 중대한 문제다. 유권자에게 실시간으로 공개되는 투표율은 그 자체로 남은 투표 시간 동안의 참여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공적 정보다. 그 정보가 정식 승인 없이 실무자 개인 판단으로 조정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이번 지방선거뿐 아니라 과거 선거 전반의 통계 관리 관행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합수본이 수사 확대 가능성을 열어둔 것도 이 때문이다.
물론 냉정하게 짚어야 할 부분도 있다. 아직 수사 초기 단계로, 이번 조작이 실무자 개인 차원의 편의적 은폐였는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나아가 선거 결과 자체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투표율 조작'이라는 표현이 자칫 선거 결과 자체가 뒤바뀌었다는 의미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만큼, 성급한 단정은 경계해야 한다. 다만 고의성 여부를 떠나, 선거관리기관 스스로 정한 절차를 무시하고 공식 통계를 손댔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는 이미 심각한 범법 행위이며, 형법이 공전자기록위작죄에 10년 이하 징역이라는 무거운 법정형을 두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선관위는 그동안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반복된 관리 부실로 신뢰에 상처를 입어 왔다. 이번 사태는 단순 행정 실수의 반복이 아니라, 선거의 가장 기초적인 데이터인 투표율 통계조차 임의로 다뤄질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합수본은 이번 조작이 개인의 일탈이었는지, 조직적 관행이었는지를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관련자에 대한 엄정한 사법 처리는 물론, 선관위의 통계 입력·수정 절차 전반에 대한 구조적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 실시간 투표율 공개 방식, 오류 발생 시 수정 승인 체계, 내부 감사 기능 전반을 원점에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민주주의는 선거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 위에서만 작동한다. 그 신뢰는 한 번 무너지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선관위가 이번 사태를 실무자 몇 명의 일탈로 축소하려 한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해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