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류분을 돌려받는 방식이 부동산 지분 같은 ‘원물’에서 ‘현금’으로 바뀌었다. 오랫동안 원칙으로 자리 잡았던 원물반환이 개정 민법으로 가액반환 원칙으로 전환되면서, 유류분 분쟁의 양상도 함께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법조계는 이번 변화가 단순한 절차 변경을 넘어 분쟁의 무게중심을 옮기는 개정이라고 본다. 유류분 제도가 도입된 이래 반환 방식의 큰 틀이 바뀐 것은 사실상 처음 있는 일이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6일 “개정 민법 제1115조는 유류분에 부족이 생긴 경우 그 부족한 한도에서 재산의 가액, 곧 현금을 지급하도록 청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정했다”며 “지분을 나눠 받던 종전의 원물반환 원칙이 현금으로 정산하는 가액반환 원칙으로 바뀐 것이 이번 개정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개정 전까지는 증여나 유증의 대상이 된 재산 그 자체를 돌려주는 원물반환이 원칙이었지만, 이제는 그 원칙과 예외의 자리가 뒤바뀐 셈”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개정은 종전 원물반환 원칙이 낳던 부작용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다. 원물반환이 원칙이던 시기에는 유류분 권리자가 승소하면 부동산이나 비상장주식을 여러 상속인이 지분으로 나눠 갖는 공유 관계가 강제로 만들어졌다. 그 결과 공유물 분할 소송이나 회사 경영권 분쟁 같은 2차 다툼으로 번지는 일이 적지 않았다.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삼으면 이런 공유 관계가 처음부터 생기지 않아 불필요한 분쟁의 확산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개정의 핵심 취지다.
달라진 원칙은 양측 모두에게 영향을 준다. 반환의무자는 물려받은 부동산의 단독 소유권이나 기업의 경영권을 지분 분할 없이 그대로 지킬 수 있게 됐고, 유류분 권리자는 지분 대신 현금을 받아 곧바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당사자 사이에 합의가 있는 경우에는 종전처럼 재산 그 자체를 원물로 돌려받는 것도 여전히 가능하다. 가액반환이 원칙이 됐을 뿐, 원물반환의 길이 완전히 닫힌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실제 사례에 대입하면 변화가 뚜렷하다. 어머니가 한 자녀에게만 건물을 증여하고 사망한 뒤 다른 자녀가 유류분을 청구하는 경우, 과거에는 그 건물의 일부 지분을 넘겨받아 두 자녀가 건물을 공유하게 되는 일이 흔했다. 그러나 개정법 아래에서는 건물을 그대로 둔 채, 침해된 유류분에 해당하는 금액을 현금으로 받는 것이 원칙이 된다. 건물의 소유 관계는 한 사람에게 그대로 유지되고, 권리자는 자신의 몫을 돈으로 정산받는 구조다.
주의할 점은 적용 범위다.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하는 개정 민법은 법 시행일인 2026년 3월 17일 이후에 피상속인이 사망해 상속이 개시된 사건부터 적용된다. 따라서 시행일 이후 상속이 개시돼 새로 유류분 청구에 나서는 권리자라면, 부동산 지분이 아니라 가액, 곧 현금으로 반환을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 된다. 반대로 시행일 전에 상속이 개시된 사건이라면 종전의 원물반환 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만큼, 자신의 사안이 어느 시점의 상속에 해당하는지부터 확인할 필요가 있다. 상속 개시 시점에 따라 청구의 출발선 자체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원칙이 바뀌면서 다툼의 초점도 옮겨가고 있다. 과거에는 ‘지분을 얼마나 넘겨받느냐’가 문제였다면, 이제는 ‘그 재산의 가치를 얼마로 볼 것이냐’가 핵심 쟁점이 된다. 특히 시세 변동이 큰 부동산이나 평가가 까다로운 비상장주식은 그 가액을 두고 양측의 주장이 크게 갈릴 수 있어, 감정 등 객관적인 평가 자료의 중요성이 한층 커졌다. 어느 시점의 가치를 기준으로 삼을지, 어떤 방법으로 평가할지를 두고 새로운 형태의 공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엄 변호사는 “이제 유류분 권리자는 처음부터 현금, 즉 가액 반환을 기본으로 두고 청구를 설계해야 한다”며 “반환받을 재산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결과를 좌우하는 만큼, 감정 자료를 비롯한 객관적 근거를 충실히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상속이 개시된 시점에 따라 적용되는 법이 다를 수 있으므로, 자신의 사건에 개정법이 적용되는지부터 먼저 확인하는 것이 출발점”이라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