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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사

법원은 거듭 "위법"…그러나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엔 환급 길 막혀, "소송 능력 따라 갈리는 부담" 형평성 논란

"같은 목재, 같은 방식으로 들여왔는데"…소송 못 한 수입업체들의 한숨

 

법원이 메란티 다운 르바르(Meranti Daun Lebar) 목재에 대한 세관의 관세 부과를 거듭 위법하다고 판단했지만, 정작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수입업체들은 부과받은 관세를 그대로 떠안게 됐다. 같은 목재를, 같은 방식으로 수입했는데도 소송을 제기했는지 여부에 따라 결과가 갈리면서, 수입업계에서는 "결국 소송할 여력이 있느냐 없느냐로 부담이 나뉘는 셈"이라는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같은 조건, 엇갈린 운명

쟁점이 된 것은 수입 합판 외층에 쓰인 '메란티 다운 르바르'가 관세율표상 특정 열대산 목재 88종에 해당하느냐였다. 법원은 해당 명칭이 관세율표와 HS 해설서에 명시돼 있지 않고 학명도 'Shorea spp.' 수준에 머물러 특정 수종으로 확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조세법률주의 원칙상 과세요건은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며 확장·유추 해석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인천지방법원에 이어 서울고등법원도 세관의 항소를 기각하면서, 과세관청이 과세요건을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는 판단이 거듭 확인됐다.

문제는 이 판결의 혜택이 소송 당사자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동일한 목재를 동일하게 수입하고도 소송에 나서지 못한 업체들은 위법으로 판단된 바로 그 기준에 따라 부과된 관세를 그대로 부담하게 됐다.

 

"소송은 시간과 비용의 문제"…애초에 모두가 다툴 수 있는 게 아니다

수입업계에서는 모든 업체가 소송이라는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소송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 전문 인력이 든다. 규모가 작거나 사정이 여의치 않은 업체는 부당하다고 느껴도 끝까지 다투기 어렵고, 불복 기간을 놓치거나 소송의 존재 자체를 뒤늦게 안 경우도 있다.

한 수입업계 관계자는 "법원이 거듭 위법 판단을 내렸다면 행정도 기준을 정비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지금 구조에서는 시간과 비용을 들여 소송하지 않으면 부당한 관세를 그대로 부담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결국 위법 여부가 아니라 '소송할 여력'이 환급 여부를 가른다는 것이다.

 

"왜 못 돌려받나"…관세청 "제척기간 지나 직권경정 불가"

관세청은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업체 가운데 관세부과 제척기간(5년)이 지난 경우에는 경정청구나 처분청의 직권경정이 모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근거로는 관세법 제21조와 대법원 판례(2003두1752)를 들었다. 제척기간이 만료되면 새로운 결정이나 증액경정은 물론 감액경정 등 어떠한 처분도 할 수 없고, 판결에 따른 경정도 그 효력이 미치는 당사자에게만 가능하다는 취지다. 이를 근거로 관세청은 "불복 절차를 진행하지 않은 채 제척기간이 지난 업체에 대해서는 직권 감액경정 등을 할 수 없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업계의 항변 "제척기간은 '부과'할 때 쓰는 잣대 아닌가"

이에 대해 수입업계와 일부 전문가들은 의문을 제기한다. '관세 부과 제척기간'은 말 그대로 관세를 더 물릴 수 있는 기간을 제한하는 제도인데, 과다하게 걷은 세금을 돌려주는 환급(감액경정)에까지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타당하냐는 것이다. 관세법 시행령 제34조 제5항이 세관장으로 하여금 세액에 과부족이 있음을 안 때 다시 경정하도록 정하고 있는 점도 근거로 거론된다.

다만 이 쟁점은 법적으로 견해가 갈린다. 관세청이 인용한 대법원 판례 문언은 제척기간 만료 시 감액경정까지 포함해 어떤 처분도 할 수 없다는 취지를 담고 있고, 법제처 역시 과거 유사 질의에서 같은 취지로 해석한 바 있어, 관세청의 해석이 곧바로 '잘못'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결국 위법으로 확인된 처분을 행정이 능동적으로 시정할 길을 넓힐 것인지, 아니면 제척기간이라는 법적 안정성을 우선할 것인지의 정책·입법적 판단이 핵심으로 남는다.

 

절차의 사각지대도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한 업체는 올해 1월부터 네 차례에 걸쳐 후속 조치를 묻는 민원을 제기했고, 3월 30일에는 품목분류 변경과 부과처분 취소(또는 재경정)를 요청하는 서류를 처분청에 제출했다. 그러나 경정청구서 형식 요건 등을 둘러싸고 절차가 공전하면서, 결국 국민신문고 민원으로 처리됐다는 것이 관세청의 설명이다. 한편 처분 당시 과세전적부심사(과세전 통지)는 제척기간 임박을 이유로 생략됐다. 부당하다고 느낀 업체가 정작 다툴 통로를 충분히 안내받았는지를 두고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남는 과제 "위법은 확인됐는데, 구제는 소송한 사람만"

이번 사안은 단순한 품목분류 문제를 넘어선다. 법원이 거듭 위법으로 판단한 처분이 존재하는데도, 그 시정 여부가 개별 납세자의 소송 능력에 좌우되는 구조 자체가 형평에 맞느냐는 물음이 핵심이다. 위법한 과세는 확인됐지만 구제는 소송한 사람에게만 돌아가는 현실에서, 소송에 참여하지 못한 업체들의 박탈감은 작지 않다.